야생 붓꽃 / 루이즈 글릭 / 시공사 / 2022.10.24
2020년 노벨문학상을 루이즈 글릭에게 수여하면서 한림원이 특별이 언급한 것은 그의 열 번 째 시집 <아베르노> 였지만, 그것이 <야생 붓꽃>이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야생 붓꽃>은 <아베르노>와 함께 손꼽히는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중략)
<야생 붓꽃>에는 여러 목소리가 있다.
식물의, 인간의, 그리고 신의 목소리,
대체로 식물은 인간을 향해 말하고, 인간은 신을 향해 말하며, 신은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
이 세 종류의 화자-발화로 쓰인 시가 시집을 삼등분 한다.
- 해설서 P.07 -
화자는 신의 계획과 의도를 안다고 믿는다.
화자가 세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그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세상에 등을 돌리거나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 불가능해지도록 만드는 일,
왜냐하면 화자에게는 이제 정원이 있으니까.
지금 정원 속에 있지 않더라도, 눈만 감으면 곧장 떠올릴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봄의 라일락과 여름의 장미가 뿜어냈던 향기를 지금도 되살려 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는 지금,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신은 걷어 가려 한다.
그래서 화자는 다시 묻는다.
"왜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려 하시나요, 어째서 당신은 내가 마지막에 적막해지기를 바라시나요"라고 말이다.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화자에게 희망에 대한 갈구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것이 없다면, 하고 화자는 탄식한다.
그렇다면 봄과 여름의 찬란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해도,
이제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지만)
그럼에도 신은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 해설서 P.16~17 -
이 시에서 인간의 노동은 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지겨운 표면의 흔적들"이 되고 있을 뿐이다.
풀이하자면,
신이 보기에 뭔가 신경 쓰이게 하는 징후들만 외부로 노출되고 있을 뿐
내적으로 생산적이고 충분한 노동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계의 볼모성이 노동의 비생산성을 낳았다는 게 신의 판단이다.
핵심은
"비탄은 나누어 퍼진다는 걸 너희들 사이에서"라고 번역된
"grief is distributed between you" 라는 문장이다.
비탄은 모두에게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서로를 실제로 돌보지는 못하더라도. 그렇다는 사실만큼은 알았으면 하고 신은 바랐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는 말을 섞지 않는다.
자기만이 절망적이라고, 자기의 절망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인이 강조해서 표기한 첫 문장은 지금 두 남녀의 내면에 자리 자은 자기중심성,
서로를 돌보지 않아 생긴 절망의 고립 상태를 꼬집는 말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그토록 부당하다는 듯이 신의 부재와 침묵을 탓해 왔단 말인가.
- 해설서 P.23 -
정보가 전혀 없이 시집을 본 나에게는 매우 어려웠음.
해설서가 꼭 필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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